매일 살해당한다?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매일같이 죽는 역할을 한다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실과 이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다 정말로 죽게 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선택하게 된 영화입니다. 죽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죽어 본 여자는 어떨지..
(스포있음)
폴라막사는 파리의 그랑기뇰 극장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입니다. 매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여자는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해주는데, 너무 잔혹하게 죽어서 더 이상 잔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공포를 주제로 벌어지는 그랑기뇰의 연극에 대해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폴라막사의 잔혹한 살인에 극장폐쇄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문기자인 장은 그랑기뇰 극장에 대한 기삿거리를 쓰기 위해 연극을 보러 극장에 방문하게 되고, 폴라막사의 연기와 특수효과에 사람들은 너무 놀라 쓰러지기도 하고,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연극이 짧지만 내용이 흥미로워서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저도 가서 볼 것 같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장은 폴라막사를 만나러 대기실로 들어가고 기삿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후 만남이 잦아지면서 점차 친해지게 됩니다. 장은 폴라막사가 팬으로부터 살인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막상 당사자인 폴라막사는 협박편지를 보고도 무덤덤합니다. 폴라막사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장의 전 애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고, 장은 폴라막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랑기뇰 극장에 대한 마지막 기사를 씁니다. 기사내용을 정리하던 장은 몽마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까지도 알아내게 되고, 편집장에게 자신의 마지막 기사를 주며 석달 치 월급과 LA행 비행기표를 요구합니다.
극장의 특수효과 담당 폴은 폴라막사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연출을 해주는데 수준이 파리의 최고 실력입니다. 폴라막사와 폴은 서로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며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트라우마인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에 대한 내용을 연극으로 하게 된 폴라막사는 폴에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폴이 그녀를 진정시켜주며 잘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위로해줍니다. 폴에게 실제 시체를 주며 특수효과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의사 외젠은 폴라막사의 오랜 스토커로 그녀가 극 중에서 죽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아 직접 그녀를 죽이고 싶어 합니다. 외젠과 폴은 친분이 있는 사이로 몽마르트 살인사건의 공범들로 볼 수 있습니다.
폴은 외젠이 폴라막사를 죽일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폴라막사도 이젠 살해당하는 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양쪽에겐 서로 비밀로 하면서 일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공연 날, 폴라막사는 동생 역할을 하며 살해당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그때 외젠이 몰래 들어와 그녀를 죽이게 됩니다. 관객들과 외젠은 그녀가 진짜로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폴의 뛰어난 특수효과의 도움과 폴라막사는 죽은 척 연기를 하면서 그랑기뇰 극장의 마지막 연극이 끝이나게 됩니다. 살해동기로 경찰에 잡혀간 폴은 도망쳐나와 폴라막사와 함께 떠납니다. 그렇게 폴라막사는 더 이상 살해당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살았고, 외젠은 폴라막사가 죽어서 이젠 없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폴라를 그리워하며 몽마르트에서의 살인을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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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파리가 배경인데 그 당시에 보인 특수효과, 연극 내용이라 하기엔 너무도 뛰어난 작품과 연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 자막으로 폴라막사와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나 봅니다. 만약 사실이었다면 그 자체가 더 소름 돋게 만드는 것 같은....
극 중이지만 매일 살해당하다 보니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폴라막사. 하지만 어릴 적 동생의 살인을 보며 생겼던 트라우마, 성폭행당하는 동생을 구해주지 못하고 바라만 봤던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거 사건을 연기하며 이젠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더 이상 죽기 싫었던 그녀의 마음이 온전히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를 도와준 폴 또한 그녀를 사랑하기에 함께 계획했던 것 같구요.
장이 몽마르트 살인사건의 범인까지 유추하며 마지막 기사를 작성하게 된 부분, 그리고 장이 죽었다는 것이 약간 어설프게 지나가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폴라막사의 이야기 흐름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아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내용은 흥미로울 것 같았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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