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동성 영화, 스페인 영화. 이 세 가지 요소가 이 영화를 클릭하게 만들었습니다. 1900년대 초 동성애가 허락되지 않는 시대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 두 여인의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스포 있음)
비 오는 날, 마르셀라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수녀원 학교에 갑니다. 비를 맞은 신입생 마르셀라가 걱정돼서 다가온 3학년 엘리사. 그녀는 이미 몸이 아파 며칠 결석했다는 마르셀라가 비 때문에 또다시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마르셀라의 머리와 젖은 옷을 말려줍니다. 그날 이후 엘리사와 마르셀라는 가까워지고, 수녀원 학교에서의 생활과 아버지로부터 구속받는 집에서의 삶이 각각 싫었던 엘리사와 마르셀라는 서로의 마음을 터 놓으며 더욱 각별한 사이가 되어갑니다. 강가에서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심지어 답답한 코르셋까지 벗고 수영을 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들은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학교는 다녀서 무엇하냐는, 책은 되도록이면 읽지 말라는 마르셀라의 아버지가 학교가는 것을 막고, 그녀의 어머니는 계속 교육을 시키려는 마음에 마르셀라를 멀리 떨어진 학교로 보내게 됩니다.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는데.. 편지에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가 야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3년 후, 이미 선생님이 된 엘리사와 갓 선생님이 되어온 마르셀라. 이제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고 항상 함께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동성을 들켜서는 안 되기에 밖에서는 평범한 척 연기하지만, 이웃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들의 행동들이 수상해 보이기만 합니다.
결국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들키게 되고, 엘리사는 돌팔매질까지 당하게 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막을 수가 없기에 그들은 다른 묘책을 생각해냅니다. 엘리사는 마르셀라의 집에서 떠나고 마르셀라는 동네 목수청년과 하룻밤을 보냅니다. 얼마 후, 마리오라는 남자가 마르셀라를 찾아오고, 그들은 결혼을 하는데 마리오는 남장한 엘리 사였던 거죠. 마르셀라는 청년의 아기를 갖게 되고, 이제 같이 살아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웃 사람들은 마리오가 남장한 엘리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결국 스페인에서 부랴부랴 떠나 포르투갈로 도망쳤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하기만 합니다. 포르투갈에서도 여자들이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는 교도소로 보내지는데...
이 곳 교도소장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그녀들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교도소 내에서도 그녀들의 사랑을 응원해 줍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교도소장은 그녀들이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적어도 징역 10년~20년이라는 것을 알기에 도망가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그녀들은 물론 아기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르셀라는 아기를 교도소장 부부에게 입양시킵니다. 강한 척 내보이며 아기를 내주었지만, 엘리사와 떠나는 마차 안에서 목놓아 울던 그녀의 모습. 아기를 떼어놓기 위해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떠나는 순간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마르셀라의 가슴에 비수같이 꽂혀 평생 따라다닐 죄책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그녀들은 이제 늙어가고, 젊은 여자가 나타나는데, 그녀가 바로 마르셀라가 낳은 딸. 딸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마르셀라의 결정을 이해해 줍니다. 멀리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엘리사의 모습. 마지막까지 그녀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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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퀴어영화가 이토록 아름답고 애절할 수 있을까. 동성 간의 사랑은 당시 기독교 국가였던 스페인에서는 신성모독죄로 엄벌에 처해지는 죄였기에 그녀들의 용기가 더욱 멋져 보이기만 합니다. 남장까지 해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들킬까 봐 마음 졸이며 살아갔을 그녀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불쌍하고, 이를 밝혀내기 위해 참견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받았을 그녀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특히 두 배우의 눈빛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흑백영화가 주는 분위기가 오히려 더욱 실화라는 점을 부각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그녀들의 사랑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게 되고... 영화가 끝나고도 진한 여운이 남게 되는 것도 흑백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구속과 속박 속에서도 멋지게 그녀들의 사랑을 지켜나간 엘리사와 마르셀라. 서로 함께했기에 어떤 고통과 괴로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스페인은 2005년이 되어서야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는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영화의 장면, 대사 하나하나가 마치 흑백사진을 보듯 아름답게 흘러가는 영화 '엘리사와 마르셀라'. 가슴 진한, 잔잔한 여운을 주는 사랑 영화를 보고 싶다면 퀴어를 떠나 '엘리사와 마르셀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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