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와 마르셀라' 영화에서 봤던 배우, 나탈리아 드 몰리나. 그 영화에서 연기를 잘해 관심이 생겼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게 해 준 영화 '끼엔 떼 깐따라'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제목으로는 '누가 네가 노래를 불러줄까'인데, 번역을 해서 유치해진 것 같지만 영화의 내용은 묵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포있음)
술집에서 밤무대 가수를 하며 살고 있는 비올레타. 그녀는 자신의 광팬인 릴라 카센을 모창하며 어릴 적 꿈꾸던 가수의 꿈을 대신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편, 릴라 카센은 데뷔 무대를 앞두고 해변에서 쓰러진 채 발견이 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노래, 춤 등 모든 것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그녀의 매니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복귀 무대인 콘서트에 서지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콘서트에 서지 못하면 릴라 카센은 그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을 다 잃게 되기 때문이죠.
10년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은 그녀는 그동안 저작권료를 받으며 지내왔던 터라, 몸이 노래와 리듬에 이끌리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릴라 자신도 두렵기만 합니다. 그때 비올레타의 모창 영상을 보고는 릴라는 그녀에게 배우기로 합니다. 비올레타는 광팬이었던 릴라를 만나 자신이 직접 노래와 춤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그녀의 딸 마르타를 보고는 콘서트 전까지 릴라를 가르치기로 결심합니다.
마르타는 23살의 성인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반항아입니다. 비올레타에게 돈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가고, 만약 비올레타가 돈을 주지 않으면 자해를 하면서까지 그녀를 협박해 돈을 받아갑니다. 엄마가 고생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놀고 필요한 것을 사는 것만 생각하며 지내는 딸이 비올레타는 야속하지만 그녀의 행동에 대해 뭐라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대중에게 릴라의 상황이 알려지면 안 되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릴라의 집에서 그녀를 가르쳐주는 비올레타. 짧은 시간이지만 연습하는 시간 동안 릴라와 비올레타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릴라도 사고로 인해 잊어버렸던 기억도 돌아오게 됩니다. 콘서트를 앞두고 비올레타와의 마지막 시간, 릴라는 자신의 과거가 기억났다는 듯이 그녀의 매니저에게 콘서트를 하지 않겠다고, 이젠 더 이상 릴라로 살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릴라가 노래를 하지 않는 10년 동안 이유도 묻지 않고 한결같이 그녀의 곁을 지켰던 매니저는 당황하지만 릴라의 굳은 의지에 결국 그동안의 인연을 뒤로하고 그녀를 떠납니다. 매니저가 떠난 후 털어놓는 릴라의 비밀.
릴라는 그동안 그녀의 엄마의 이름과 곡을 받아 노래를 불렀던 것이었죠. 가수가 꿈이었던 그녀의 엄마는 릴라 카센이라는 이름으로 데모 앨범까지 만들었으나 정식 가수로 데뷔를 하지 못했고, 그 노래와 이름을 그래도 빌려 딸인 릴라가 같은 앨범으로 데뷔와 동시에 1위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헤로인 중독이었던 그녀의 엄마는 릴라의 도움으로 재활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았고 릴라에게 곡을 써주며 그녀가 가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물론 앨범에서 엄마의 이름은 모두 제외되었고, 릴라는 자신이 엄마에게 돈을 주기에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다시 약에 손을 댄 엄마를 보고 자신과의 비밀을 털어놓을까 걱정이 되어, 엄마의 생일날 헤로인 10g을 주었고 과다복용으로 엄마가 사망하게 됩니다. 그날 이후 릴라 카센도 함께 죽고 없어졌던 것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밀은 매니저도 모르고 릴라의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비올레타에게 이를 털어놓습니다. 비올레타는 딸 마르타에게 자신이 릴라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이를 토크쇼에 이야기하고 떼돈을 벌려던 딸과 마지막 전쟁을 치르고 나온 상태였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연락도 하지 못하게 열쇠와 전화를 없애버린 그녀를 마르타는 다시 자해하며 협박했고 비올레타도 이번엔 강하게 나오자 결국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입니다.
비올레타 카센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인 복귀 무대를 마친 릴라를 뒤로하고, 비올레타는 릴라가 선물한 옷을 입고 릴라처럼 분장을 한 후, 바다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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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살리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릴라, 딸을 키우기 위해 노래를 그만두어야 했던 비올레타. 가족을 위한 자신을 희생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노래라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었습니다. 또한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두 사람이 비슷했죠. 릴라는 엄마의 재능을 빌려 성공하였고, 이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엄마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딸을 위해서라면 그 비밀도 끝까지 가지고 갔을 텐데 그걸 모르고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을지... 마르타의 협박과 자해에 의해 하루하루 살아갈 희망이 없었던 비올레타도 매일 밤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홀로 남겨질 딸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죽는 것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엄마라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중간에 딸이 엄마를 이해하고 착해지려나? 싶었지만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에 사실대로 털어놓자 결국 본모습을 드러내고 돈을 빼내려는 딸의 모습에서 비올레타는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엄마의 재능을, 엄마의 돈을 가져가며 엄마를 괴롭히던 딸들. 딸의 무게에 엄마들의 꿈, 멋진 삶은 없어지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삶만 남게 되는데.. 저도 자식이 생기다 보니 그런 엄마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왜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지, 오히려 가족이어서 당연시했던 생각에 더욱 미안해집니다. 영화가 끝나니 문득 엄마가 더 그리워지는,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말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복귀한 릴라, 모든 짐을 버리고 편하게 떠난 비올레타 모두 이젠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그곳에선 편안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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