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2004년 개봉 이후, 벌써 17년이 지났지만 볼 때마다 슬프고 너무 잘 만든 멜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아직도 영화를 보면 눈물이 핑도는 슬픈 영화가 두 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입니다.
(스포있음)
건망증이 유난히 심한 수진(손예진)은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고 계산을 한 후, 깜빡하고 콜라를 놓고 그냥 나옵니다. 놓고 온 콜라가 생각나서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지만 계산대 위에 콜라는 없고, 편의점 문을 막 나서는 한 남자가 콜라를 들고 있습니다. 수진은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콜라를 뺏어서는 벌컥벌컥 마십니다. 다 마신 후 트림과 함께 빈 캔을 그의 손에 들려주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정류장에서 지갑도 편의점에 놓고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돌아갑니다. 돌아온 수진을 보고 편의점 직원은 지갑과 콜라를 꺼내 주는데... 낯선 남자에게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찾아보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수진의 회사 인테리어 정리를 위해 나타난 낯선 남자 철수(정우성). 수진은 그를 보고 놀라지만 다행인 건지 철수는 수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판기에서 콜라를 꺼내 마시려는 수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철수는 수진의 콜라를 뺏어 벌컥벌컥 마시고는 트림과 빈 캔을 함께 돌려주고 돌아섭니다. 회사 앞에서 수진은 오토바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이를 지켜보던 철수가 소매치기범을 잡아 줍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고...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던 철수 옆에 수진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철수는 수진에게 소주를 한 잔 따라주며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의 명대사를 말하죠. 수진은 원샷으로 다 마시고 둘은 연인, 이어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결혼 후에도 수진의 건망증은 계속, 아니 더 심해집니다. 도시락에 반찬 대신 밥을 2칸 싸 주거나, 집까지 오는 길을 갑자기 잊어버려 헤매기도 하고, 불에 올려둔 냄비를 잊고 다 태워버리기도 하고... 수진은 너무 심해지는 건망증 증상에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알게 된 청천벽력과 같은 말... 수진은 알츠하이머에 걸렸고 서서히 기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수진은 사랑하는 철수의 모습을 잊어가는 것이, 그런 자신을 보며 슬퍼할 철수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떠나려고 하지만 철수는 더욱 수진의 옆에 붙어있습니다. "나한테 잘해 줄 필요 없어. 난 다 까먹을 텐데...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수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철수를 잊어가고, 결국 요양원으로 도망간 수진은 이제 철수를 완전히 잊었습니다. 철수는 수소문 끝에 수진이 머물고 있는 요양원을 찾고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이제 철수를 다 잊은 수진은 그를 보아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철수는 수진이 끝까지 자신을 잊지 않으려고 그린 그의 그림을 보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수진을 데리고 나간 철수는 기억을 돕기 위해 처음 만났던 편의점에서 가족, 지인을 모아놓고 작은 연극을 합니다. 함께 차를 타고 달리며 철수는 수진에게 한 번도 못 했던 말을 합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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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나오는 수진과 철수의 대사는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 명대사인 것 같습니다. 다시 봐도 그 대사들을 들을 때면 계속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되는데..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눈물이 메아리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던 감독의 말대로 정말 눈물이 메아리치는 영화입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잊어가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슬퍼하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슬픔의 강도 조절을 잘해서 유치하지 않은 러브스토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한국영화!!
한번쯤 펑펑 울고 싶을 때, 감성을 자극하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볼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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