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만보면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느낌이라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티저 영상의 OST를 듣고는 바로 이건 꼭 봐야 한다..라는 마음을 먹게 된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물론 '퀸즈 갬빗'의 안야 테일러 조이도 나오고, 감독도 '베이비 드라이버',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감독 에드가 라이트 작품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지만,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OST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스포있음)
엘리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할머니와 시골에서 살고 있는 순수한 여학생입니다. 대학의 합격통지를 받은 엘리는 드디어 꿈을 이루러 떠난다는 설렘에 들떠있지만, 남들과 조금은 다른 엘리가 걱정되는 할머니. 엘리는 거울 속에서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는데, 혹시라도 엘리에게 안 좋은 일들이 생길지 노심초사. 하지만 엘리는 거울 속 엄마에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하고는 런던으로 떠납니다. 낯선 곳, 택시기사도 위험하게 느껴지는 엘리는 기숙사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들어주겠다는 남학생의 호의도 거절하고 경계모드가 됩니다. 하지만 룸메이트만큼은 친절해 보이기만 하는데, 함께 놀러 나가자는 제안을 받고 함께 나가지만, 결국 룸메이트도 그녀를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한 엘리.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아무 일 없다며 안심시키지만, 룸메이트의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는 엘리는 방을 새로 구해서 나가기로 합니다. 엘리가 찾아간 곳은 소호 거리에 있는 한 건물. 맨 꼭대기 층, 밤엔 네온사인 불빛에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화장실까지 겸비하고 있는 방은 엘리에게 기숙사보다 훨씬 아늑하고 좋은 혼자만의 공간입니다. 바로 짐을 빼서 나온 엘리. 그리고 잠이 든 엘리는 꿈속에서 낯선 여자를 보게 됩니다. 1960년대 런던, 금발머리의 멋진 여성. 그녀의 이름은 샌디. 꿈속의 샌디는 마치 엘리가 행동하는 것처럼 너무도 생생한 느낌입니다.
아침 8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엘리는 수업시간에 샌디가 입은 옷을 떠올리며 옷을 스케치합니다. 올드한 패션이라 친구들은 비웃지만, 교수는 엘리의 스케치를 보고는 훌륭하다며 칭찬을 하죠. 그리고 그런 엘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학생. 매일 밤 꿈에서 샌디를 만나는 엘리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점점 샌디처럼 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가수가 되길 원했던 샌디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줄 잭을 만나고, 오디션까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샌디는 잭에게 속아 가수가 아닌 가수의 백댄서가 되어 활동하게 되었죠. 그리고 남자들과 함께 밤을 보내야만 합니다. 잭의 노리개가 된 샌디는 반항하지만 결국 잭의 손에 죽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꿈에서 보게 된 엘리. 그리고 그 사건이 지금 자신의 방에서 일어나게 된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방에 나타나는 남자들의 혼령.
이제 꿈도, 집도 무서운 엘리는 경찰에 찾아가 과거 샌디라는 여성의 살인사건을 이야기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엘리. 오히려 경찰도 자신을 놀리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엘리는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고 있는 자신이 직접, 샌디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료들을 찾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점점 더 눈앞에 나타나며 자신을 괴롭히는 혼령들. 그러다가 가위로 친구까지 살해할 뻔합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려는 엘리. 집으로 돌아가 집주인에게 방을 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경찰이 왔었다며 이야기하는 주인 할머니. 무서워하는 엘리에게 차를 내어주며 친절한 모습이지만, 우편물 속에서 알렉산드라 이름을 발견하고, 점점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 샌디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바로 죽은 줄 알았던 샌디가 주인 할머니였던 것이죠. 과거 그 방에서 샌디는 죽고, 다시 태어났다는 할머니. 그리고 자신을 속였던 잭을 오히려 살해하고, 이후 수많은 남성을 그 방에서 죽였던 것입니다. 엘리는 할머니를 피해 신고하려 방으로 올라가고, 방에 도착한 엘리는 다시 혼령들을 보게 되는데... 벽에서 마구 나오는 혼령들. 그리고 전화를 건네주며, 엘리에게 오히려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억울한 죽음을 엘리에게 호소하려 했던 것이죠. 할머니가 된 샌디는 엘리를 찾아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는 그 방에서 죽음을 받아들입니다.(엘리와 몸싸움하던 중, 담배가 LP에 떨어지며 불이 붙었고, 집이 계속 타고 있었거든요.)
엘리는 그렇게 과거 샌디의 옷을 디자인하여 학교에서 패션쇼까지 진행합니다. 그리고 거울 속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엄마를 보게 되죠. 엄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과거 샌디가 나타나 엘리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영화 첫 도입 부분부터 집중하게 만든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시작부터 집중하게 만들더니 끝날 때까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영상미와 음악이 완전히 압도했기 때문이죠. 영상은 화려한 부분도 있지만 황홀하게, 마치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법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치 엘리뿐 아니라 나도 1960년대 런던 소호에 함께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말이죠. 거기에 OST 하나하나는 어쩜 맞춤옷을 입은 듯 상황, 내용에 너무도 잘 어울렸습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도 OST가 정말 좋았는데, 다시 한번 에드가 감독의 진가가 느껴졌습니다.
밤거리, 화려한 밤무대를 떠올리면 그동안 파리나 뉴욕 배경이 많았던 것 같은데 런던의 소호를 배경으로 한 것은 새로웠습니다. 사실 영화보기 전까지는 소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으니까요. 안야 배우의 연기도 '퀸즈 갬빗'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노래, 춤까지 모두 소화하는 그녀는 오히려 전 샌디의 모습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거장의 감독과 떠오르는 배우들이 만나 최고를 만들어낸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스릴러, 호러 장르지만 개인적으론 '물랑루즈' 이후 화려한 밤, 화려한 쇼, 그리고 과거를 재현한 최고의 영화로 꼽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장 '나이트 나잇 인 소호'의 LP도 구입 예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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