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의 감독이 또 한 번 일 저지른 영화 '런'. '서치'는 노트북, SNS, 전화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으로도 러닝타임 동안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긴장감이 굉장히 넘쳤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런'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가두려는 엄마와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딸 사이에서의 긴장감. 과연 딸은 도망칠 수 있을 것인지...
(스포있음)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힘겹게 숨 쉬고 있는 다이앤의 아기. 살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답이 없는 의사들과 놀라는 다이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 다이앤의 아기 클로이는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천식, 부정맥, 당뇨, 마비, 발진 등 여러 질병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살 가능성이 없어 보였는데 다이앤의 지극정성으로 어느덧 대학에 가게 될 나이가 되었죠. 홈 스쿨링이지만 열심히 공부한 클로이는 과학 쪽으로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약을 먹고, 혈당을 체크하고, 발진 부위에 약을 바르고.. 스스로는 힘들겠지만 클로이는 그래도 엄마와 행복합니다.
대학교에서 합격통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혀 소식이 없고, 클로이는 우체부가 올 때마다 거의 뛰쳐나가다시피 휠체어를 끌고 가지만 항상 엄마가 먼저 확인하게 되는 우편물. 학교에서 온 편지가 있으면 당연히 뜯지도 않고 준다는 엄마 말에 오늘도 답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힘이 빠집니다. 딸의 건강을 위해 직접 야채와 과일을 길러 건강식으로 챙겨주고, 스트레칭을 해주며 몸이 굳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다이앤도 지칠 때도 되었지만 딸을 위해 지극정성입니다.
어느 날, 마트에 다녀온 다이앤은 쇼핑봉투를 식탁에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고, 혈당 조절 때문에 초콜릿을 많이 먹지 못하는 클로이는 몰래 초콜릿 몇 개를 뺍니다. 그러다 발견한 약통 하나. 거기엔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일단 엄마에게 초콜릿을 들키지 않으려 다시 나갑니다. 그리고 자기 전 약을 가져오는 엄마. 약 속엔 엄마 이름으로 처방된 약이 들어있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클로이는 다음 날 약통을 찾아 이름을 알아내고, 약의 성분을 알기 위해 엄마 몰래 밤에 컴퓨터를 켭니다. 하지만 검색하려던 찰나,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게 되고, 알아보는데 실패하게 되는 클로이.(클로이는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죠.)
낌새가 이상해서 엄마 몰래 약국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려 하지만, 약국에서는 번호만으로 다이앤이 전화한 것으로 알기에 얼른 끊어버립니다. 클로이는 머리를 써서 약국에 직접 가기 위해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러 시내로 나갑니다.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얼른 길 건너 약국으로 가는데, 엄마 이름으로 처방된 약의 성분을 알아내는 것은 본인이 아닌 이상 어렵습니다. 시간이 없는 클로이는 게임 중이라며 직원을 속이고 약의 성분을 알아내고, 뒤이어 도착한 다이앤. 클로이는 약국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입원해 누워있는 클로이와 집으로 얼른 데려가려는 다이앤. 하지만 병원에서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쉽게 보내주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병원에서도 소동을 일으켜 다른 곳에 집중된 사이 얼른 클로이를 빼내는 다이앤. 하지만 이미 병실에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남긴 클로이의 메시지를 본 의사는 도망가는 다이앤을 뒤쫓아가고, 다행히 병원을 나가기 전에 다이앤은 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사고로 인해 다이앤은 계단에서 떨어지게 되고...
7년 후, 교도소에 간 클로이. 몸이 마비되어 누워있는 다이앤을 만나 자신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고 면회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나오기 전 다이앤에게 클로이가 말합니다. "엄마 이제 약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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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가 약통을 발견한 순간부터 굉장히 빠르게 영화가 전개되면서 몰입도가 높아지게 되는 영화 '런'. 엄마와 딸의 사랑스러운 관계에서 한 순간에 탈출해야 하는, 그리고 가두어야만 하는 관계가 되어버리는데.. 보는 동안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자신의 아기가 죽은 후, 다른 아이를 훔쳐 달아난 다이앤은 아이가 자신을 무조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부러 몸이 마비되는 약을 먹이고, 독약을 만들어 먹여왔던 것입니다. 죽은 아이에 대한 애착이 만든 무서운 집착이죠. 정상적인 아이를 그 긴 시간 동안 병에 들도록 만들어버린 다이앤은 결국 그대로 클로이에게 당하게 됩니다. 그런 클로이를 바라보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다이앤의 눈빛은 통쾌하면서도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
집은 가장 안전한 장소지만, 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누구도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의심하지 않게 되기에 더욱 무서운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살려 '런'에서 공포의 장소로 사용한 것에 감독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서치'에 이어 극찬을 받을 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대가 사라 폴슨의 연기와 딸 키에라 앨런의 연기력이 더해져 더욱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 영화 '런'. '서치'의 팬이라면 '런'도 기대 이상일 것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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