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정을 원했던 루실 볼. 그런데 두 가지 사건이 터지면서 그녀의 가정에 위기가 닥쳤다.
긴장의 연속인 일주일을 과연 어떻게 견뎌낼까?
[I Love Lucy]의 한 회분을 녹화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월요일부터 녹화일인 금요일까지 스튜디오는 항상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번 일주일은 긴장의 연속인 시한폭탄인 한 주이죠. 월요일 대본 리딩날, 주인공 루실 볼과 데시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작가들과 다른 배우들은 작은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트콤 제작자와 회의 중인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루실 볼이 공산당원이라고 뉴스에 나왔고 시트콤이 취소되느냐, 계속되느냐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죠. 월요일 어떤 매체에도 관련 기사가 없었으므로 사실무근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그들은 대본 리딩 장소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루실 볼에게는 또다른 걱정이 있었죠. 바로 남편 데시의 기사.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 다른 여성과 함께 있었다는 기사가 실리면서 루실 볼은 데시의 기사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진실이 아니라고, 거짓이라고 말하며 루실 볼을 안정시키지만 그래도 찜찜한 이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시작되고, 녹화까지 남은 4일.
(스포있음)
화요일, 수요일, 시간이 흐르고 동선 체크, 카메라 동선 체크를 진행하면서 루실 볼은 식탁을 준비하는 장면과 남편이 들어와 인사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계속 더 나은 완벽한 상황을 연출하려 합니다. 그것을 책임지는 작가와 총괄 책임인 연출가도 있지만 그들의 의견은 거의 무시하고 루실 볼이 강하게 자기주장을 밀고 나갑니다. 다른 배우와 관계자들은 공산당원 기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주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그녀의 히스테리에 다들 지쳐가죠.
어릴 적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가 공산주의자였고, 그런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투표용지에 공산당에 체크했던 것이 지금 사건의 빌미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표는 무효표 처리가 되었고 무혐의로 끝나 지금은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루실 볼을 무너뜨리기 위해 터뜨린 것이었겠죠. 자신은 떳떳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루실 볼은 매일이 살얼음판이지만, 데시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일을 하나둘씩 처리해줍니다.
루실 볼은 무명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고 있었고, 데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 집이 있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집은 아니었죠. 그래서 데시에게 자신의 꿈은 진정한 집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데시는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하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었죠. 하지만 백인과 히스패닉계가 결혼한다는 것도 그 당시엔 이슈였고, 루실 볼이 임신하게 되면서 시트콤에서도 임신해서 출산까지 하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하니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는 관계자들. 루실 볼이 꿈꾸는 진정한 집이 완성되기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로의 스케줄이 너무 바빠 얼굴 볼 시간도 없었던 루실 볼에겐 시트콤 I Love Lucy가 또 다른 집, 가정의 역할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임신 이야기도, 이번 회차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들도 모두 충족되지 않으니 루실 볼은 점점 더 배우와 관계자들을 조여옵니다. 그렇게 금요일 녹화날이 되었고, 이제 녹화가 시작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 시트콤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정시간보다 미뤄진 녹화시간.
바로 석간신문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나온 루실 볼의 공산당원 소식!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루실 볼은 배우와 작가에게 그동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한 그녀에게 데시는 관객들이 무대에 등장하면 박수를 쳐 줄 것이라며 용기를 주는데, 사실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죠. 데시는 녹화 시작 전 관객들 앞에 나타나 석간 기사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CIA에 전화를 걸어 지금 루실 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조사가 있는지 확인을 하죠.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담당자의 이름이 나옴과 동시에 숨죽이고 있었던 무대 뒤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열심히 기사를 쓰기 시작하죠.
이제 녹화만 시작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루실 볼이 데시에게 또다시 물어봅니다. 정말 데시의 스캔들 기사가 거짓인지. 데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증거를 보여주는 루실 볼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녹화는 시작되었고, 루실 볼의 버전과 원래대로의 버전으로 모두 녹화하지만 방송에는 원래 버전으로 나가죠. 중요한 건, 그렇게 녹화한 다음 날, 루실 볼은 데시와의 이혼을 선언합니다.
가장 긴장되고 살 떨렸던 무대 뒤에서의 일주일을 그린 영화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니콜 키드먼의 인터뷰를 보면서 2가지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보게 된 영화였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치닫는 모습과 그에 따라 상대방과의 마찰도 격해졌다가 완화되는 과정이 루실 볼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집, 가정을 꾸리고 싶었지만 현실에서 이룰 수 없자, 또 다른 공간에서라도 진정한 집을 꿈꾸었던 루실 볼. 하지만 결과는 가상공간에서의 가정만 살려두게 되었죠. 추후 방송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까지 나왔다고 하니, 가상에서는 진정한 집을 만들었지만, 과연 그것이 그녀의 꿈이었을까요? 슬픈 삶은 아니었지만,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I Love Lucy라는 작품이 있었던 것도, 엄청나게 인기가 있었다는 것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었기에 그녀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을 일주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덧붙여져 더욱 재밌었던 영화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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