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돌연사로 아이를 잃은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가는 이야기 '릴리와 찌르레기'. 엄청 눈물샘을 자극하려나? 했지만 슬프거나 그렇다고 유쾌하지도 않게 잔잔한 이야기로 이끌어 갔습니다.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가 역시 서로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스포있음)
릴리는 1년 전 돌연사로 아이를 잃었습니다. 남편은 자살시도를 하려다 릴리가 발견해서 실패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 릴리는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버티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멍하니 서 있기 일수, 집중도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에 가게 사장은 계속해서 릴리에게 주의를 줍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에서 조퇴하고 병원을 찾아가는데, 남편 잭과 릴리의 모습이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무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죠.
가족과 환자들이 함께 모여 상담치료를 받는데, 릴리의 모습을 본 의사가 릴리에게도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주변 상황에도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함께 이야기를 합니다. 릴리는 자신은 괜찮다며 거절하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손질되지 않은 정원, 이제는 빈 방이 된 아기방을 바라보다 갑자기 결심을 하고는 아기 물건을 모두 밖으로 꺼냅니다. 지나가던 예비부부는 아기물건을 사겠다고 하고, 릴리는 돈 대신 낡은 리클라이너 의자와 모두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추천받은 의사도 찾아가는데... 그 의사는 릴리의 동네에서 현재 수의사로 있는 의사 래리였습니다. 10년 전부터 상담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래리를 보고 이를 몰랐던 릴리는 다시 돌아가려 하지만, 래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릴리에게 말을 걸며 상담을 시작합니다.
릴리도 이렇게 상담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릴리에게 조금은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릴리는 정원을 손질하려 하는데,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릴리를 공격합니다. 마치 자신의 영토에 침입했다는 것에 대응하듯이 말이죠. 결국 릴리는 새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래리를 찾아가고 새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다시 릴리에 대한 상담도 은근슬쩍 시작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래리는 릴리가 남편과 반드시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잭은 병원에서 주는 약도 먹지 않고, 매번 릴리가 가져오던 음식도 한 번도 열어보지 않고, 릴리의 방문을 달갑지 않게만 볼 뿐, 그리고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며 상담도 거부하고 믿지 않습니다.
릴리가 아기 물건을 모두 치웠다고 하자 화가 난 잭은 릴리의 방문도 거절합니다. 잭은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병원 내 행사에서 약간의 소동을 일으키게 되고, 잭은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힙니다. 그동안 릴리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래리를 찾아가지만 래리도 더 이상 릴리의 방문을 반기지 않습니다.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하죠. 릴리는 결국 다시 혼자 돌아오고, 대화할 사람을 찾아 회사 동료를 집으로 초대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나가지 않는 찌르레기를 내쫓고 싶었던 릴리는 먹이에 살충제를 타서 이미 한 마리를 죽게 만들었던 터라 마음속에 짐이 있었던 상황. 그런데 또 다른 한 마리가 난데없이 릴리와 회사 동료를 공격하고, 피하던 릴리는 돌을 던지는데 행운인 건지, 불행인 건지 새가 돌을 맞고 떨어집니다.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얼른 새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하는데, 래리의 치료로는 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매시간마다 약을 먹이며 정성껏 돌봐주는 릴리.
그 와중에 병원에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매번 아무 말 없는 남편, 이번엔 릴리가 그런 남편에게 쏘아붙입니다. 자신을 혼자 두고 자살하려 했던 남편을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며, 오래오래 평생 자신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 것이라며, 더 이상 감추고 살지 않을 것이라며, 감정을 모두 표현할 것이라며, 그리고 자기 때문에 죽게 된 새를 돌보아야 하니 먼저 전화를 끊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데, 남편은 그런 릴리의 모습에 웃음을 되찾고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릴리 또한 남편에게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다음 날 찌르레기가 기력을 회복하고 서 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진 릴리는 찌르레기를 멀리 날려주는데, 그렇게 날아가는 모습이 릴리의 마음속 응어리가 날아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잭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이제 딸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나의 추억으로 갖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마당에 침입해있는 찌르레기의 공격을 막기 위해 헬멧을 쓰고 말이죠.
서로의 상처, 하지만 밖으로 아무도 표출하지 못하고 끙끙 담고 있다 보니 마음의 병이 너무도 커져버린 두 사람. 잭은 정신병원으로 도망가면서 릴리로부터 벗어나고, 집으로부터 벗어나고, 그렇게 아이와의 추억에서부터 벗어났지만, 릴리는 그러지를 못 했습니다. 모든 추억이 담긴 집에서 고스란히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물론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점점 보이지 않는 속앓이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진 못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걱정했지만,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죠.
정작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던 릴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치유해 줄 사람도 없었던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위로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도 릴리가 밀어낸 것도 있지만.... 사고로 인해 자식을 잃게 된 영화들을 볼 때면 항상 슬픔을 잊기 위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없었던 일처럼 부부가 말을 꺼내지 않는데, 결국 치유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가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일상에서 잊어갈 수 있도록, 그래서 나중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품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는 릴리와 잭의 모습이 아름다운 영화 '릴리와 찌르레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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