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잔잔한 드라마를 보고 싶어 보게 된 넷플릭스 영화 '열여덟번의 선물'.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 내는 신파도 아니고, 어떻게 전개될지 흐름도 짐작은 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눈가를 촉촉하게 해 주는 휴먼 드라마 영화입니다. 엄마와 딸이라면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스포있음)
축구감독인 남편 알레시오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엘리사. 그녀는 임신한 상태로 아기가 태어날 생각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기만 합니다. 직업소개 사인 엘리사는 평소와 같이 상담하고 직업을 소개해주던 중, 갑자기 하혈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며 병원으로 급하게 갑니다. 검사 결과 아기는 다행히 무사하지만, 엘리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의사. 엘리사는 유방암 말기 환자였던 것입니다. 자신의 건강보다는 태어나는 아기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만 더 궁금한 엘리사. 이 모습에서 아기를 생각하는 절실한 엄마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남편에게 차마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 슬픔을 이겨내 보려 합니다. 그들의 딸 안나가 태어났지만, 엘리사는 곁에 없습니다. 매년 8월 21일 안나의 생일에는 엄마의 생일선물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안나는 자신이 원치 않는 선물과 엄마가 오지는 않으면서 선물만 주는 것이 싫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가족들이 매년 생일에 찾아와 축하해 주지만 안나는 그것도 싫습니다. 엄마의 존재를 알레시오에게 묻는 어린 안나. 결국 알레시오는 엘리사의 무덤으로 데려가 엄마가 오지 못하는 이유를 얘기해 줍니다. 자신의 생일날 엄마가 죽게 된 것을 알게 되자, 안나는 생일날이 더더욱 싫어집니다.
어느덧 열여덟 살이 된 안나. 생일을 맞은 안나는 반항심에 다이빙 훈련에서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점프를 친구와 함께 합니다. 다행히 친구는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이었고, 알레시오는 안나가 다이빙 팀에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온 안나에게 알레시오는 집에서 파티를 준비한 사람들에게 억지로라도 즐거운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안나는 이 말에 더욱 화를 내고 가출합니다. 그리고 비 오는 밤 교통사고를 당한 안나.
안나가 눈을 뜨자 임신한 여자가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혹시 모르니 집으로 가자고 말하고 데려오는데, 그 집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달력을 보니 2001년. 안나가 태어나기 18년 전으로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데려온 여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엄마 엘리사. 안나는 엘리사가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지냈는지를 보게 됩니다.
엘리사는 죽기 전 태어날 딸을 위해 열여덟 살까지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 합니다. 몸은 아프지만 딸을 위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엄마가 준비한 선물을 싫어하고 받지 않으려한 것에 미안함이 느껴집니다. 알레시오는 아이를 포기하고 치료를 받자고 하지만, 엘리사는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를 선택한 것에 안나는 또한번 마음이 아픕니다. 결국 알레시오도 행복하게 준비하는 엘리사를 도와 아기방도 꾸미고, 치르지 못했던 결혼식도 합니다.
마지막 열여덟살 생일에 줄 선물을 고민하던 중, 성인이 된 딸을 위해 드레스를 고르는데, 안나는 18년 후엔 디자인이 유치하다고 말하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엘리사도 약간 동의하고, 대신 드레스를 입어보던 안나는 자신이 엘리사의 딸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엘리사는 놀라지만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이제 병실에 누워있는 엘리사와 현재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 안나. 안나는 수면상태에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엘리사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엘리사는 아이를 낳으러 가야 하고, 마지막이라고 직감한 엘리사는 딸을 위해 고민하던 열여덟 번째 선물을 급하게 마련합니다. 마취 전 종이와 펜을 구한 엘리사는 아픈 와중에도 수술실에 누워 열심히 그녀의 진심을 적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이 담긴 사과튀김 만드는 레시피를 선물로 적어줍니다. 현재 안나는 수면상태에서 깨어나 건강을 되찾았고, 엄마의 선물 중 하나였던 다이빙을 다시 하러 갑니다. 다이빙대에서 떨어진 안나는 물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시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점차 작아지는 안나의 몸. 그 순간 엘리사의 예쁜 딸이 태어나고, 엘리사는 울고 있는 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웃고 있습니다.
열여덟번째 생일날, 안나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고 엘리시오에게 환불하라고 했던 파란 드레스를 입고는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 속에 행복한 생일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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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던 안나와 딸과 함께 지낼 수 없었던 엘리사는 꿈에서라도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 너무 아름다운 선물이었습니다. 꿈이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안나와 엘리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전 그 꿈이 열여덟 번째 선물(예를 들어 딸을 만나러 오기)인가 보다.. 했었는데 그랬다면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였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 감정이 격해지지도 무덤 하지도 않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것 같아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우리 영화 '국화꽃 향기'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은 다르지만,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자신의 치료를 포기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성애는 세계 어디든 다 똑같다는 것을.. 딸과 함께 본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은 영화 '열여덟번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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