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줄거리, 그리고 포스터만 봤을 때는 야한 영화라 생각이 들어 선택하지를 않았었는데,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이라는 문구가 보이자 바로 시청하게 된 영화 '제럴드의 게임'.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굉장히 긴장감 있게 흘러갑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구조가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든 영화 '제럴드의 게임'입니다.
(스포있음)
남편 제럴드와 함께 관계 개선을 위해 떠난 주말여행. 별장에 도착하기 전 마주하게 된 떠돌이 개 한 마리를 본 부인은 불쌍하게 보지만, 제럴드는 주인이 있을 것이라며 그냥 지나칩니다. 별장에 도착해 짐을 푼 후, 부인은 떠돌이 개가 생각나 냉장고에서 고기 덩어리를 꺼내 개에게 내어줍니다. 남편의 부름에 집으로 들어가는 부부, 그리고 미처 닫지 못한 문.
두 사람은 역할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수갑을 채운 후 남편은 강간하는 역할을 하려 하지만, 부인은 이내 마음에 들지 않고 하기 싫어지면서 수갑을 풀어달라 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럴 생각이 없고, 점점 자신의 본능을 따라가며 부인을 더욱 압박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 부인은 장난인 듯 여기지만 결국 남편은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수갑에 묶인 채로 부인은 남아있게 됩니다. 점점 나약해져 가는 부인 앞에 나타난 남편의 환영.
남편의 환영은 부인을 자극시키고, 부인은 그런 상황을 부인하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아빠로부터 받았던 트라우마를 꺼내게 됩니다. 아빠와의 사건이 일어난 이후, 입을 닫고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하려고 했던 그 일을 꺼내며,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려 합니다. 거기서 벗어나야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죠. 그리고 점점 지쳐가는 심신에서 보이는 밤의 사신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떠돌이 개는 죽은 남편의 시신을 뜯어먹으며, 부인 옆에서 그녀를 지켜봅니다. 부인마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뜯어먹으려 기다린다는 듯이.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또다시 밤이 찾아오면 그녀를 만나러 올 사신이 두려워진 그녀는 해가 지기 전에 탈출하려 합니다. 손목을 그으며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그녀. 하지만 사신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고, 그녀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빼서 사신에게 전해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도망칩니다. 그리고 떠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남편 제럴드.
목숨은 건졌지만, 그날 이후 계속 밤의 사신에 시달려 잠도 못 이루고 있습니다. 6개월 후, 밤의 사신이라 생각했던 것은 무덤 도굴자였던 것. 뉴스를 통해 범인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법정에 선 그를 만나러 찾아갑니다. 범인은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 또한 그를 바라보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네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모든 마음의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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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제럴드의 게임'이지만, 부인의 심리 변화와 트라우마 극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는 방식이 제럴드의 환영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제럴드의 리드 안에서 그녀가 해결해 나가는 것이기에 게임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 같습니다. 수갑이라는 물건이 단순히 섹스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계속해서 속박해오던 트라우마를 뜻하고 있었고, 스스로 깨고 나오게 되자 이윽고 탈출한다는 것으로 흐름이 이어져 이중적 의미를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릴 적 겪었던 사건에서 나오는 개기일식까지. 해가 가려져 어둠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녀의 트라우마 또한 시작된 것이었죠.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과거와 현재를 잘 이어가며 보여주어 공간에 대한 지루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밤의 사신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이라 소름이 끼쳤습니다. 환영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무서운 상황이었던 것이죠.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럴드의 게임'2도 책으로 나왔다던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영화로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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